신용회복경험담
붓을 다시 잡기까지, 개인회생이라는 리셋 버튼을 누르기까지의 기록
- 최고관리자 8일 전 2025.05.09 17:5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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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. 도입부: 그림으로 먹고살던 나날들
저는 31살,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.
처음에는 웹툰 보조 작가부터 시작해, 점차 캐릭터 디자인이나 굿즈 제작 등 다양한 작업을 받으며 조금씩 기반을 다졌습니다.
수입은 들쑥날쑥했지만,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었죠.
하지만 예술만으로는 안정된 수입을 얻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민은 늘 따라다녔고,
언젠가부터는 “부업이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?”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2. 전개: 창업의 꿈, 무너진 환상
그 무렵, 친구 소개로 프랜차이즈 카페 창업 제안을 받았습니다.
“브랜드에서 인테리어랑 마케팅 다 해주니까 운영만 잘하면 된다”는 말에 솔깃했죠.
마침 지자체 청년창업 지원 대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있었고,
은행 2곳에서 대출 7천만 원, 카드사에서 2천만 원가량 추가로 땡겨 총 투자금 1억 1천만 원이 들어갔습니다.
초반엔 사람도 꽤 들어오고, ‘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’고 생각했어요.
그런데 코로나 이후 주변 상권이 무너지기 시작했고,
광고비도 줄일 수 없어 적자는 계속됐습니다.
문제는 운영 경험이 없던 저였습니다.
인건비, 원가, 관리 모든 게 허술했고, 계약 조건상 위약금도 부담이 컸죠.
결국 1년 반 만에 매장을 접으며 8천만 원이 넘는 부채가 남았고, 카드 연체까지 겹치며 이자만으로 숨이 막혔습니다.
3. 위기: 꿈도, 삶도 무너지는 듯한 순간
창업 실패 후 다시 그림 일을 하려 해도, 심리적으로 너무 무너져 있었습니다.
“나는 사업도 예술도 안 되는 사람인가”라는 자책이 매일같이 들었고,
대출 독촉 문자와 전화에 그림 의뢰도 거절하기 일쑤였습니다.
3개월 가까이 집밖도 거의 안 나갔어요.
그래도 부모님께는 걱정 끼치기 싫어 아무 말도 못 했고, 친구들에게도 숨겼습니다.
그렇게 1년 넘게 버티다가, 어느 날 신용등급이 6등급에서 9등급까지 떨어졌다는 문자를 받고 무너졌습니다.
그날 밤, 스스로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어요.
“여기서 끝낼 수는 없다”는 마음에 검색을 통해 ‘개인회생’이라는 제도를 처음 제대로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.
4. 해결: 하나씩, 다시 시작한 과정
처음 상담 받을 때는 부끄러움이 컸습니다.
“나 같은 프리랜서도 회생이 가능할까?” 걱정도 됐지만,
담당자 설명을 듣고 나니 조건만 맞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.
상담부터 법원 인가까지는 약 4개월 정도 걸렸고,
중요한 건 수입 증빙이었기에 그간 작업한 프리랜서 계약서, 계좌 입금 내역, 세금 신고 자료 등을 모아 제출했습니다.
법원에서는 월 29만 원씩 36개월(3년) 납부하는 변제계획을 인가해주었습니다.
법원 출석 당시 심문을 받는 건 조금 긴장됐지만,
제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자료가 잘 정리되어 있어 다행히 무난히 통과됐습니다.
개인회생이 인가되고 나니, 당장의 독촉은 멈췄고,
‘정해진 금액만 성실히 내면 된다’는 것이 오히려 심리적으로 큰 안정을 줬습니다.
5. 결말: 다시 붓을 드는 삶
지금은 변제 10개월 차입니다.
카페에서 그림을 그리고, 외주도 다시 조금씩 늘려가고 있어요.
소득은 예전만 못하지만, 꾸준한 수입을 만들 수 있는 구조를 잡아가고 있습니다.
무엇보다 달라진 건 마음가짐입니다.
창업 실패를 창피하게 여기지 않고, 그 경험에서 뭘 배웠는지를 생각하게 되었어요.
지금은 예술을 도구 삼아, 지속 가능한 수입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.
개인회생은 분명 힘든 과정이지만,
정신을 다잡고 다시 살아볼 수 있는 제도라는 걸 저는 몸소 체감했습니다.
혹시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“내 삶이 여기서 끝났나”라고 느끼고 있다면,
저는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. 개인회생은 끝이 아니라, 새로운 출발선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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