신용회복경험담
그땐 몰랐지만, 지금은 배웠습니다
- 최고관리자 오래 전 2025.05.30 12:4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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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. 도입부: 실험실과 논문 사이, 평범한 청년의 삶 (약 15%)
저는 올해 27살, 이공계 석사 과정 중인 대학원생입니다. 하루 대부분을 실험실에서 보내며 논문 쓰고, 실험하고, 지도교수 눈치도 보고… 누군가 보기엔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청년일 겁니다.
가족은 지방에 있고, 저는 학교 근처 원룸에서 자취 중입니다. 생활비는 연구실에서 받는 장학금과 과외 아르바이트로 충당했죠. 늘 빠듯하지만, 나름 안정적이라고 생각했어요. 그게 불과 2년 전의 이야기입니다.
2. 전개: 한순간의 선택이 낳은 연쇄적 고통 (약 25%)
문제의 시작은 “고수익 단기 투자”라는 메시지를 SNS에서 본 그날이었습니다. ‘학생 전용’이라며 소액으로 시작해볼 수 있다고 해서, 호기심 반, 기대 반으로 시작했죠. 100만 원을 넣자 며칠 뒤 120만 원이 됐습니다. 이자처럼 돌려준 건 미끼였습니다. 이후 점점 금액이 커졌고, 결국 대출까지 받게 됐습니다.
그러던 중, 갑자기 연락이 끊겼고 계좌도 닫혔습니다. 뒤늦게야 ‘투자 사기’였다는 걸 깨달았지만, 이미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서 총 9,200만 원의 대출이 제 이름으로 남아 있었습니다.
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. 얼마 안 돼 “금융감독원입니다”라는 전화를 받고, 보이스피싱에까지 당한 겁니다. 검찰 조사를 가장한 전화였고, 제 개인정보와 계좌를 넘긴 후에야 사기라는 걸 알게 됐죠. 그때 제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습니다.
3. 위기: 상담 창구 앞에서 울 뻔한 날 (약 20%)
정신을 차리고도 몇 달간은 아무 일도 못 했습니다. 매달 이자만 60만 원이 넘었고, 통장 압류에 신용불량 등록까지… 주변에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습니다. 친구들 앞에서는 웃으며 “요즘 바빠”라 했지만, 속은 타들어 갔죠.
결정적인 계기는, 어머니의 병원비가 급하게 필요했던 날이었습니다. 제가 도와드리고 싶어도 계좌가 막혀 있었고, 결국 누나에게 사정을 털어놓게 됐어요. 누나는 조용히 제 말을 듣고, “이건 네가 혼자 짊어질 일이 아니야”라고 말하며 개인회생을 권했습니다.
상담받으러 법원 인근 지원센터에 갔을 때,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못 하다가 울 뻔했습니다. 상담사가 제 상황을 하나하나 정리해주며 가능한 방법들을 설명해주었고, 그때 처음으로 “나도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”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4. 해결: 절차는 힘들었지만, 기회는 열려 있었다 (약 25%)
개인회생을 신청하고 인가까지는 약 4개월이 걸렸습니다. 대학원생이다 보니 고정 수입 증명이 어려워서 장학금, 과외 수입 내역까지 꼼꼼히 정리해야 했습니다. 친구에게 월세 이체내역도 도움 받아 제출했고, 세 차례 보완 요청 끝에 서류가 통과됐습니다.
법원에 출석한 날, 판사님 앞에서 ‘저는 사기를 당했고, 실수였지만 다시 일어나고 싶습니다’라고 말한 순간, 정말 심장이 쿵쾅거렸습니다. 판사님은 제 진정성과 계획을 긍정적으로 봐주셨고, 최종적으로 월 28만 원씩 3년간 변제하는 조건으로 인가를 받았습니다.
변제액이 낮게 책정된 건 제가 아직 학생이기 때문이지만, 그래도 결코 쉬운 금액은 아니었습니다. 연구하면서 과외를 더 늘렸고, 군것질 하나도 줄이는 생활이 시작됐습니다.
5. 결말: 아직 끝이 아니지만, 처음보다는 나아졌습니다 (약 15%)
지금은 변제 8개월 차입니다. 신용카드는 여전히 쓸 수 없지만, 매달 정해진 금액을 꾸준히 갚으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. 무엇보다, 예전처럼 숨기지 않고 사람들과 나의 상황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게 가장 큰 변화입니다.
앞으로 박사 과정 진학도 고민 중이고, 이 경험을 바탕으로 ‘재무교육’ 쪽 활동도 언젠가 해보고 싶어요. 사기 피해는 누구나 당할 수 있습니다. 저도 똑똑하다고 생각했고, 절대 그런 일에 휘말릴 리 없다고 믿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.
만약 이 글을 보고 계신 분 중 누군가가 비슷한 상황에 있다면 꼭 말하고 싶습니다.
혼자 끙끙 앓지 마세요. 상담받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.
실수했더라도 다시 설 수 있는 제도는 있고,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.
지금은 힘들어도, 언젠가는 웃으며 “그때 잘 선택했구나”라고 말할 날이 올 겁니다.